걔는 나나였다. 본명은 나나세 미와지만 같이 다니던 우리가 모두 걔를 나나라고 불렀으니 어쨌거나 나나였다. 나나 상이었던 호칭이 나나에서 나나 쨩으로 바뀌는 동안 나나는 언제나 변함이 없었다. 나나는 참 특별했다. 언행이며 태도며 전부 하늘 높이 붕 뜬 것처럼 살았다. 내가 몽상가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마음 먹은 날의 첫 번째 사용처는 당연히 나나였다. 우...
옛날에, 기억이 희미한 그 옛날에 당신은 바다로 가겠다고 했다. 쌀쌀하고 쓸쓸하고 깊디 깊은 소리가 머릿속을 진득히 휘감아 침잠시켰다. 그 후에도 당신은 몇 번이고 결심했다. 나는 바다로 가겠어. 죽어서도 세상을 떠나지 않을 거야. 바다에서 마지막 숨을 쉬고 종래에는 심해에 가라앉은 작은 돌이 되고 싶어. 이제야 말하는 것이지만 그때마다 당신을 이해할 수 ...
이마리아는 열아홉 살이었다. 부모는 사이비에 빠져 자식에게 무관심했다. 그는 부모를 보며 절대 저리 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몇 년 간의 노력 끝에 이마리아는 제대로 된 신을 찾았다. 일요일 오전이면 굳이 집을 나와 거리를 걸었다. 교회에서 나오는 찬송가가 제법 아름다웠다. 독립하면 꼭 당당히 교회의 문턱을 밟겠노라 했다. 그래서 저를 도와 줄 사람을 찾았...
이 글은 <잿빛 호수에는 유니콘이 산다> 의 해피 if입니다. 등장인물의 설정과 관계가 나타나 있으므로 꼭 읽어주세요. 링크: http://posty.pe/5cx388 "...진짜 괜찮아 보여?" 유진, 붉은 곱슬머리에 주근깨가 있는 사랑스러운 유진. 키가 훌쩍 커서 내 이상형과 더더욱 가까운 유진. 내가 사랑하는 이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어색하...
이 글은 <잃은 빛>의 후속편이므로 <잃은 빛>을 먼저 읽으신 다음에 읽어주세요. 세계관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내용이 이어집니다. 잃은 빛 링크: http://posty.pe/2go4u9 모든 것은 인간이 푸른 장미를 만들어 낸 때에 비롯되었다. 푸른 장미,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해서 그 꽃말은 불가능. 존재하지 않는 대상에 꽃말...
당신은 꿈에서 살아 몽상가. 나는 당신에게 안식을 전해주는 어두운 것, 당신의 사랑을 받는 눈 감은 밤. 우리는 끝없는 길을 걷다 새를 보았다. 당신에게 이야깃거리를 물어다주던 커다란 그것은 지치지도 않고 하늘을 날았다. 이름도 모양도 기억할 수 없지만 당신은 늘 그것을 알아보았다. 나는 종종 당신이 뱉어낸 단어들을 양손 가득 쥐고 으스러뜨렸다. 당신이 눈...
"1968년 음력 3월 17일생 김혜순씨 맞지요?" "네에." 나는 어색하게 대답했습니다. 김혜순, 그것은 내 이름이 맞습니다. 어머니 아버지와 친구들로부터 늘 불리던 이름이지요. 물론 생일도 내 생일과 같고요. 그러나 이곳은 우리 동네가 아닙니다. 비록 내가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았지만 우리 동네는 구석구석 꿰고 있는걸요. 무엇보다 우리 동네엔 이렇게 희...
희진은 주은 언니의 부고를 들었다. 정장을 갖춰 입고 차를 몰아 장례식장을 찾아가는 모든 순간이 자각 없는 긴 꿈 같았다. 울지는 않았다. 흐느끼기엔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소식이었다. 장례식장은 차로 이십 분쯤 되는 거리에 있었다. 차로 이십 분. 둘의 물리적 거리는 딱 그 정도였다. 같은 학과를 나온 두 사람은 다른 직장에 취업했고 자신의 집을 구해서 살았...
니나, 유니콘과도 같은 아이. 그 앤 웃음이 정말 많았다. 까르르. 니나를 의성어로 표현하자면 그랬다. 까르르 웃는 니나, 깔깔 웃는 니나, 사랑받고 자란 니나, 환하게 미소지을 때면 칙칙한 금발이 세상에서 가장 화사해 보이던 니나. 재밌는 말을 들으면 두 손 모아 박수를 짝 쳤었다. 무의식적으로 따라하던 나와 눈이 마주치고 보내줬던 미소를 잊을 수가 없다...
온 도시의 가로등이 일제히 꺼졌다. 모든 빛이었던 우리의 히어로 J를 추모하기 위해 이 도시가 준비한 행사다. 아, 위선자들. J는 이 도시 혹은 그토록 좋아했던 시민들에게 버림받아 죽었다. 그래놓고는 태연하게 장례식에서 추모사를 읊으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J를 아낀 양 슬퍼했던 양 저렇게. 그러나 하늘로 간 어리석은 J는 아무것도 모를 것이다. 도시...
당신은 그와 단둘이 있다. 이곳은 사방이 트인 파티장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도 아니다. 그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그의 공간이다. 일개 노예인 당신은 그의 허락 하에 살았다. 당신이 밥을 먹는 것, 다른 곳으로 팔려가지 않는 것은 모두 그가 당신이 여기 있도록 허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은 지금 허락되지 않은 일을 저질러야만 한다. ...
너를 중심으로 세상이 느려진다 이건 얼핏 들었던 물리학 이론이 아니다 시인과 작가들이 써내려갈 표현도 아니다 굳이 정의하자면 심리학에 가깝다고나 할까 사랑 우리가 예상치 못하는 모든 기적을 뒷받치는 이름
트위터 고날 @SH3_GOIPXXX 자오화라는 필명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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